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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총선에 성소수자 국회의원은 가능할까?

플루키 2019. 4. 4. 22:34

한국에서 지금까지 커밍아웃 하고 국회의원으로 당선된 자는 없었다. 그런데 차기 총선의 경우 선거제가 권역별 비례대표제로 바뀌게 되면 소수정당의 비례대표로 성소수자 국회의원이 당선될 가능성도 있을까? 확실히 소선거구제 하의 지역구 의원이 다수를 차지하는 현재 선거제보다는 가능성이 높아지는 건 사실입니다.

 

2011년 기준으로 각 국가별 최초로 오픈리 성소수자 의원이 탄생한 년도와 총 의원수는 다음과 같습니다. 1977년이 최초의 오픈리 성소수자 국회의원이 탄생한 해냐고 하면 물론 논쟁의 여지는 있습니다. 70년대와 8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국가별로 편차가 있지만) 성소수자 국회의원은 커밍아웃 후에 당선되기보다는, 당선 후 재선 중(심지어는 사후에) 아웃팅을 당하곤 했으니까요. 아웃팅은 당시 급진 성소수자 정치 전략 가운데 하나였습니다.

 

어쨌든 생각보다 일찍부터 성소수자 국회의원이 존재했었는데, 전체 151명 중 111명이 게이 남성이었죠. 미국의 경우 역사상 상원의원에 3명(전부 민주당), 하원의원에 22명(민주당15명, 공화당 7명)의 성소수자가 있었는데요. 마찬가지로 이들 중 상당수는 커밍아웃 하고 당선된 것이 아니라, 당선 후 혹은 심지어 사후에 아웃팅으로 성소수자임이 밝혀졌습니다. 자발적인 커밍아웃은 민주당 의원은 83년에, 공화당 의원은 96년 DOMA(동성결혼 반대법)에 반발하면서 커밍아웃 했어요.

 

2011년까지 국회의원으로 재직했던 성소수자의 수(년도는 최초로 성소수자 국회의원이 탄생한 해)

 

현역으로 뛰고 있는 의원 가운데는 상원에 민주당 2명, 하원에 민주당 8명이 재직하고 있습니다. 공화당의 경우 2007년 퇴임한 Jim Kolbe 이후로 성소수자 의원을 배출하지 않고 있는데, 공화당 내 성소수자 세력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닙니다. American Unity Fund라는 LGBTQ 자유주의 보수단체는 공화당을 지지하고 있으며, 실제 주 단위에서는 공화당 출신 성소수자 의원이 몇 있기도 합니다. 문제는 이 단체가 트랜스젠더의 군복무 금지 등을 지지하고 있다는 거죠. 미국내 성소수자의 80%정도는 민주당을 지지하거나 좌파라고 정체화 하고 있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정당의 정치적 성향 별 성소수자 국회의원의 수 추이

 

정당 성향별로 보면 당연히 진보정당이 압도적으로 많지만, 2010년대 들어서면서 보수당에서도 성소수자를 내세우는 변화가 나타나고 있음을 알 수 있네요. 제가 이 자료를 찾은 이유는 세 번째 수치때문인데요, 선거제도별 당선자 수입니다.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하는 건 정당별 명부식 비례대표제(List PR), 다음은 소선거구제(FPTP), 혼합형 비례대표제(MMP) 순인데요, 의외로 소선거구제에서도 많은 당선자가 있네요. 그러나 List PR과 MMP를 합치면 절대다수는 비례대표제 하에서 선출되었음을 알 수 있습니다. 그만큼 지역구 기반으로 성소수자가 당선되기는 어렵다는 뜻이겠죠. 앞서 언급한 미국 하원의 많은 성소수자 국회의원이 반례가 될 수도 있겠으나, 이미 70년대부터 성소수자 국회의원이(아웃팅으로 밝혀진 것이었으나) 존재했고, 보호 법안을 지속적으로 만들어온 역사적 조건이 있기에 이를 선거구제만으로 이해하기는 어려운 측면이 있습니다. 또한 자료를 분석한 레이놀즈(Reynolds, 2013)는 성소수자 국회의원의 당선은 일회적인 사건이 아니라 관련 법안의 제도화를 통해 성소수자 인권에 대한 사회적 인식 제고와 정치화라는 선순환을 그릴 수 있음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선거제 별 성소수자 국회의원 수 추이

 

한국의 경우 소선거구제에서 권역별 비례대표제로 변화를 시도하고 있는 중입니다. 물론 반영 비율이 100%가 아니라 50%라고는 하지만 기존보다는 비례대표의 비중이나 정당 지지율의 반영율이 높아질테고, 이는 진보적 의제를 지닌 소수 정당의 국회의원이 많아진다는 의미죠. 정의당(혹은 원내에 진입한다면 녹색당)의 경우 성소수자 국회의원을 비례대표 앞 순위에 지명할 수 있을까요? 

 

참고문헌

 

Reynolds, A. (2013). Representation and rights: The impact of LGBT legislators in comparative perspective. American Political Science Review, 107(2), 259-274.